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1’은 단순한 범죄 액션영화를 넘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구성된 스토리와 리얼리티 넘치는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실존 인물과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점에서 관객에게 현실감을 안겨주었고, 범죄 심리학적 관점으로 접근했을 때도 흥미로운 해석이 가능한 작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범죄도시1’의 실화 기반 사건 정리와 함께, 영화 속 캐릭터와 범죄 수사 방식의 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이 작품의 깊이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실화 기반 사건 정리: 가리봉동 조선족 폭력조직
‘범죄도시1’의 주요 배경은 2000년대 초 서울 가리봉동에서 실제 발생했던 조선족 폭력조직 사건입니다. 당시 ‘왕건이파’라고 불렸던 실존 조직은 중국에서 넘어온 조선족 출신 불법 체류자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서울 구로구 일대를 중심으로 불법 대부업, 폭력, 살인, 협박 등으로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영화 속 장첸(윤계상 분) 캐릭터는 바로 이 실제 범죄조직의 리더에서 착안된 인물로, 잔혹성과 이질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사를 최소화하고, 행동 중심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도 잔혹하게 상대 조직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정황이 여러 건 확인되었으며, 경찰은 수년간의 잠복수사 끝에 조직 해체에 성공했습니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는 영화적 과장을 거쳤지만, 대체로 범죄의 수법과 조직의 구조는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되었습니다. 덕분에 영화는 단순한 액션 오락물이 아닌, 실제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비추는 사회적 메시지로서도 기능하게 되었죠. 또한, 영화 속 마석도(마동석 분) 형사의 모델 역시 서울 구로경찰서 형사과 소속 강력반 수사관들로, 실존 경찰관들이 경험한 실제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고증되었습니다. 이처럼 ‘범죄도시1’은 영화적 재미와 동시에 실화에 기반한 높은 몰입도를 제공한 대표작입니다.
범죄 심리학적 시선: 장첸의 행동과 심리 해석
범죄도시1에서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은 관객에게 극강의 공포를 안겨주는 빌런입니다. 그의 캐릭터는 단순한 폭력배가 아닌, 반사회적 인격장애(ASPD)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인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전무하고, 자신의 욕망 충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서 보이는 잔혹한 처형 방식, 거침없는 언행, 무표정 속 폭발적인 분노 표출 등은 범죄심리학에서 말하는 ‘싸이코패스형’ 범죄자의 특성과 일치합니다. 그는 조직 내에서도 공포를 조장하며, 조직원조차 감정적으로 지배합니다. 이는 ‘권력지향형 싸이코패스’의 일반적인 행동양식입니다. 또한 장첸은 목적이 명확한 행동을 반복합니다. 즉흥적으로 분노하거나 실수하지 않고, 철저히 계획된 방식으로 상대를 제압합니다. 이는 감정 충동형 범죄자와 달리 도구적 폭력(instrumental violence)을 사용하는 계산형 범죄자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심리는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단순한 ‘악당’ 캐릭터를 넘어서 사회적 병리현상의 상징으로 작용하게 만듭니다. 특히 범죄 심리학이나 사회학적 배경지식을 가진 관객에게는 장첸이 단순한 극적 장치가 아닌, 실제 현실에서 존재할 수 있는 ‘위험한 인물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수사 방식과 형사의 리얼리티: 현실 반영된 수사 디테일
‘범죄도시1’이 다른 액션영화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바로 현실적인 수사 방식의 묘사입니다. 영화 속 마석도 형사는 전형적인 ‘맨몸 액션 히어로’로 보이지만, 그가 활용하는 정보원 네트워크, 관찰력, 상황 판단 능력 등은 현실 경찰 수사의 실제 흐름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석도는 정보원으로부터 단서를 얻은 뒤, 그 정보를 재가공하여 사건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합니다. 이는 강력반 형사들이 활용하는 비공식적 정보 수집 방식과 유사하며, 실제 수사에서도 경찰은 내부 수사망 외에 비공식적 인맥, 전과자 정보 등을 기반으로 사건을 풀어갑니다. 또한, 영화 후반부에서 보여주는 ‘잠복수사’와 ‘도청’ 장면들은 영화적 극화가 있긴 하지만, 실제 수사 매뉴얼에도 포함된 방식입니다. 영화의 수사과정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디테일 덕분입니다. 마석도 형사의 캐릭터는 '정의감'을 강조하기보다는, ‘일 처리 능력’과 ‘현장 경험’을 중심으로 묘사됩니다. 이는 한국 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실제로 가장 인정받는 역량으로, 해당 장면들은 수험생이나 경찰 준비생에게도 꽤 현실적인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처럼 ‘범죄도시1’은 화려한 액션 뒤에 숨겨진 현실적인 수사 디테일을 기반으로 한 몰입감을 제공하며, 영화의 설득력을 한층 높여줍니다.
‘범죄도시1’은 실화 기반의 탄탄한 시나리오, 범죄 심리학적 완성도 높은 캐릭터 구성, 그리고 현실 수사 과정을 충실히 반영한 디테일한 연출로 인해 단순한 오락영화를 넘어선 가치를 지닙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리얼리티, 장첸 캐릭터의 심리적 해석, 그리고 경찰 수사의 현실적인 모습까지 — 지금 다시 보아도 충분히 분석하고 탐구할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관객이라면, 한 번쯤 이 영화를 범죄심리학적 시선으로 다시 감상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